테라·루나도, SVB도 서막에 불과하다…다음 위기는 카톡 알림 하나로 시작될 수 있다
2022년 5월, 한국인들은 블록체인 시대의 뱅크런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배웠다. 한국인 권도형이 만든 스테이블코인 테라(UST)가 단 72시간 만에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1달러에 고정돼 있던 UST는 순식간에 1센트 아래로 떨어졌고, 자매 코인 루나는 99.9% 폭락했다. 줄을 설 창구도, 달려갈 은행도 없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숫자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국내 피해자만 수십만 명, 피해액은 수조 원에 달했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2023년 3월, 이번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단 48시간 만에 무너졌다. 테라·루나와는 다른 사건이었지만 구조는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렸고, 하루 만에 420억 달러(약 56조 원)가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뜻밖의 피해자가 생겼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었다.
SVB가 쏘아올린 나비효과
SVB가 쓰러지던 날 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이 긴급 공지를 올렸다. SVB에 예치해둔 USDC 준비금 33억 달러를 인출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서클의 전체 준비금 중 약 8%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소식이 퍼지는 데는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USDC가 달러와 1대1 교환이 안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순식간에 확산됐고, USDC 가격은 0.87달러까지 떨어졌다. 테라·루나 붕괴를 생생히 기억하는 투자자들에게 이 숫자는 악몽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서클의 총 자본금은 당시 약 3억 4,000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SVB에 묶인 금액이 33억 달러였다. 미국 정부의 예금 전액 보호 결정이 없었다면 서클은 심각한 지급 불능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